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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정치]국민의힘의 ‘윤 대통령 줄타기’
2025-01-06 12:00 정치

 오늘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 (출처 : 뉴스1)

"개별 의원 판단이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약 40명이 오늘 새벽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간 것을 두고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당 '투톱'이 기자에게 말한 이 말이 바로 현재 여당의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을 말해줍니다. 오늘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유효 기간 만료 날입니다.

 오늘 국민의힘 비대위원회의에서 대화화는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출처 :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숨죽이던 여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불법이고, 서부지법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형법 110조·111조'(군사상 비밀이나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등이 허락해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를 제외한 건 '입법권 침해'라는 겁니다.

기름을 부은 건 더불어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빼자 국민의힘은 탄핵 사유 핵심인 내란죄를 뺀 건 '졸속 탄핵'이자 '사기 탄핵'이라고 역공에 나섰습니다.

▶ 당 메시지에 '윤석열' 세 글자는 빠져…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지만 당의 메시지에 '윤석열' 세 글자는 빠져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를 둘러싼 상황을 비판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헌법 지키기당'이지 '윤석열 지키기당'은 아니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입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어퍼컷을 날리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처 : 뉴스1)

공수처의 불법 영장 집행을 공식 비판할 수 있지만, 비상 계엄 선포와 내란죄 혐의로 탄핵 소추된 윤 대통령을 비호하긴 백브리핑으로도 어쩐지 부담스럽습니다. 법원과 민주당엔 날을 세우면서도 윤 대통령의 영장 불응이나 대통령 신분으로 일부 지지층에 쓴 '손 편지' 논란에 대해선 '그건 대통령의 일'이라고만 합니다.

그래서 당 지도부와 법사위원이 공수처와 헌법재판소, 경찰청은 공식 항의방문 해도 대통령 관저 앞에 가는 건 '개별 의원'입니다.

여당의 딜레마는 민심은 하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보수 정당에 있어 보수 지지층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경제 관료를 지내다 정치권에 입문한 한 초선 의원 "당에 들어와서 보니 전통적 지지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다. 비상 계엄 사태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 그래도 버텨준 게 우리 지지자"라고 합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쪽은 친윤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도 실리파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시간을 최대한 끌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3심 결과를 먼저 받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1심 선고형인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맞고 안 맞고보다 나라를 위해 뭐가 더 좋을까가 중요하다. 학자나 성직자도 아니고, 실용적 정치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권력 투쟁이 본질인 현실 정치에서 일단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지층만 바라봐선 선거를 치를 순 없습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중도층으로의 확장'이 전제 조건입니다. 진보-보수 양강 구도에선 50% 상당의 득표율을 얻어야 대선에 승리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과는 선을 긋고 합리적 보수로 가야한다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계엄 사태에 사과하고, 당내에서 내란죄 혐의 적용 여부나 탄핵 찬반에 대해선 이견이 있더라도 대부분이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는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당 지도부가 전체 108명 의원 중 40명 가까이 대통령 관저에 간 것을 두고 '개별 의원' 행동이라고 하면 국민은 국민의힘을 어떤 정체성을 가진 당으로 바라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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